― 도시 위의 길은 왜 사라졌는가. 오늘은 사라진 서울 고가도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산업화의 상징, 하늘 위로 뻗은 도로
1960~70년대 서울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팽창을 겪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도로는 부족했습니다. 좁은 도심 도로 위에 교통량이 몰리자, 해결책으로 선택된 것이 바로 ‘고가도로’였습니다. 땅 위 공간이 부족하다면 그 위로 길을 만들겠다는 발상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계고가도로였습니다. 1971년 개통된 이 도로는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동서 교통을 연결했습니다. 당시에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불렸습니다. 콘크리트 구조물 위로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은 빠르게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아현고가도로, 약수고가도로 등 여러 고가도로가 속속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자동차 중심 도시계획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던 시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구조물이었습니다.
고가도로는 시민의 일상 풍경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회색 구조물 아래에는 그늘이 드리웠고, 상권과 주거 환경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교통난 해소가 최우선 과제였기에 도시 미관이나 보행 환경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였습니다.
이 시기 고가도로는 ‘발전’ 그 자체였습니다. 빠르게 짓고 빠르게 달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점점 콘크리트 구조물로 채워졌고, 도시는 위로 확장되었습니다.
2. 철거의 시작, 자동차 도시에서 사람 중심 도시로
시간이 흐르면서 고가도로의 그림자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 소음과 매연, 도시 미관 훼손, 그리고 고가도로 아래 지역의 침체가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전환점은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청계고가도로 철거와 함께 청계천 복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서울은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하천을 복원하겠다는 결정은 단순한 공사 계획이 아니라 도시 철학의 변화였습니다. ‘속도’ 대신 ‘환경’과 ‘보행’을 선택한 것입니다.
철거 과정은 상징적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서울의 상공을 가로지르던 구조물이 해체되는 장면은 한 시대의 종료를 의미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교통 혼잡을 우려했고, 일부에서는 도시 미관 개선을 환영했습니다. 논쟁은 치열했지만 결과적으로 고가도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여러 고가도로도 철거 수순을 밟았습니다. 고가도로가 사라진 자리에는 공원, 광장, 혹은 평면 도로가 들어섰습니다. 도시의 시야가 트였고 하늘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행자 공간이 확대되고 자전거 도로가 조성되면서 서울은 점차 사람 중심의 도시로 재편되었습니다.
고가도로 철거는 단순한 구조물 제거가 아니라 도시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자동차 흐름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시민의 삶의 질과 환경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3. 사라진 길 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고가도로가 사라진 서울의 풍경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도심은 이전보다 개방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변화했습니다. 청계천은 시민들의 산책로이자 관광 명소가 되었고, 주변 상권도 재편되었습니다. 도시 브랜드 가치 역시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 체증이 심화되었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또한 고가도로 철거로 인해 사라진 특정 상권이나 공간의 기억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구조물은 사라졌지만, 그 위를 달리던 시간과 기억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도시는 끊임없이 선택을 반복합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 것인가는 시대의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1970년대의 서울이 ‘성장’과 ‘속도’를 선택했다면, 2000년대의 서울은 ‘환경’과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도시의 얼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고가도로는 이제 일부 사진과 기록 속에만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한 시대의 해답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 덕분에 서울은 급격한 성장기를 견딜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30년 후, 지금 우리가 선택한 도시 구조는 어떻게 평가받을까요. 현재의 재개발과 도시 재생 역시 미래 세대에게는 또 다른 ‘철거의 대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서울의 하늘 위를 달리던 길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도시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고가도로는 철거되었지만, 그 위를 달리던 시대는 여전히 우리의 역사 안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도시는 오늘도 또 다른 선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